자고 일어나니 Docker Captain이 되었다
국내 첫 도커 캡틴 중 한명이 되었다.
그게 뭐냐고..?
도커 캡틴은 도커의 엠버서더로써 커뮤니티에 다양한 전문지식을 전파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책임을 맡게되는 도커의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 홍보대사다.
엠버서더 프로그램은 생소한 개념이 아닌데, 비교하자면 AWS에는 HERO라는 이름으로, Microsoft에서는 MVP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100명정도의 엔지니어들이 도커 캡틴으로 활동을 하고있고, 최근 한국에서는 나를 포함하여 총 3명의 엔지니어가 도커 캡틴으로 합류를 하였다.
공식 사이트에서 현재 활동중인 도커 캡틴의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근데 나같은 영어도 잘 못하는 무명 활동가가 어떻게 도커 캡틴이 되었을까
첫 시작은 어느날 회사 직장 동료인 아웃사이더님과 1on1중…
최근 관심있는 주제와 업무적 고민 등등 일반적인 1on1을 하고 있었는데, 도커와 관련 된 주제가 나왔다.
나는 당시 한참 빌드속도 개선을 위한 리서치(참고로 이 리서치에 관한 성과가 나쁘지 않아서 최근에 당근 테크밋업에서 기술 적용사례를 발표하기도 했었는데, 관심 있으면 유튭 영상도 남아 있으니 한번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를 하며 도커의 컴포넌트들을 하나씩 까보며 놀고 있었고, 컨테이너 주변 생태계에 대해서도 여러 리서치를 하며 사내에 지식 전파를 종종 하기도 했었기에 회사 내에서는 도커에 진심인 사람 중 한명이었다. ㅋㅋ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과거에 도커와 관련하여 조금 자극적인 제목의 글 을 썼던 것에 대한 기억도 떠오르며, 새삼 내가 컨테이너에 관심이 상당히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러다 갑자기 아웃사이더님이 뭔가 떠오른듯 말했다.
"어?! 그러고 보니 그레이 혹시 도커 캡틴 관심 있어요?"
당시 나는 도커 캡틴이 뭔지도 몰랐던 상황이라 어리둥절했는데, 도커에서 운영하는 엠버서더 프로그램인데, 그동안 한국에 도커 캡틴이 한명도 없었던 상황인데 올해 새로 캡틴을 모집한다는 소문이 있었던 것이었다.
관심이 있으면 해당 프로그램 지원자 풀을 관리하는 분께 프로필을 전달해 볼 수 있겠다는 말에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채 덜컥 좋다고 했다.
그렇게 약 2주가 지나고, 1on1에서 했던 대화는 이미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날 메일을 확인해보니 이런 메일이 와 있었다.
이것이 개발자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인가...
그렇게 얼떨결에 Richard님과 연락처를 교환하게 되었다.
그렇게 메일로 대화를 하다보니, 한국 휴대폰 번호가 없으셔서 보이스톡으로 연락을 하면 어떻냐고 하시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응했다.
그렇게 퇴근길에 걸려온 보이스톡...
왜 나는 연락 수단으로 줌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카카오톡 보이스톡은 나에게 뭔가 지인과의 가벼운 전화와 같은 기능이었기에 방심했다.
그렇게 나는 Richard님에게 걸려온 보이스톡을 퇴근길 지하철에서 받게 된다.
약 20분간의 스크리닝…
간단한 자기소개가 아닌, 캡틴 후보로써 정식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탐색을 하는 중요한 통화라는 사실은 통화가 시작된지 1분이 지나가는 시점이었다. ㅋㅋㅋ
대화 중 본의 아니게 도커 캡틴으로써 자격요건을 인지하게 되며, 나의 커뮤니티 영향력에 관한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뭔가 잘못 되었음을 감지했다. 무언가 휴대폰 너머로 곤란해 하는 숨소리(100% 나의 망상이다)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 기분이 들고 나니, 뭔가 내가 낄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머리에 멤돌았다. Richard님은 특별한 말은 없었지만, 나는 그 전화를 마무리 하며 아무래도 캡틴 지원에 대해서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임한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전화를 마쳤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발걸음 한걸음 한걸음을 땔 때 마다 뭔가 아쉬운 기분이 뭍어나왔다. 정말 얼떨결에 얻은 기회긴 했지만, 막말로 아직 제대로 된 인터뷰 프로세스를 진행한 것도 아닌데 지래 겁먹고 포기하는 건 너무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무작정 다시 Richard 님에게 다시 메시지를 남겼다.
마음이 전달 된 것인지, 나는 Richard님의 안내를 통해 캡틴이 되기 위한 서류 및 인터뷰 프로세스에 도전장을 내밀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무사히 나의 프로필은 Docker측에 도달하였고, 도커 캡틴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최종보스와의 화상 인터뷰 일정이 잡혔다.
그런데 인터뷰 대상자가 외국인 분이셨다.
고작 생존 영어만 할 줄 알았던 나에게 영어 기술 인터뷰는 또 다른 벽처럼 느껴졌다.
영어에 자신이 없어 했던 나의 말을 기억하셨는지 정말 감사하게도 Richard님이 함께 참여해서 도와주시겠다고 하시어 조금은 안심하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다가온 인터뷰 당일.
미리 이야기 했던 대로 화상 미팅 방에는 나, Richard님, 그리고 원어민 직원분 입장했다.
나는 뭔가 상황을 Richard님이 중개해주시기를 기대하며 쉼호흡을 하고 있었다. 원어민 직원분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셨고, 나도 반갑게 인사를 받으며 분위기가 시작되었다!
가벼운 질문으로 인터뷰는 시작이 되었고, 나는 도움을 바라는 눈빛으로 Richard님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Richard님은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나는 본능적으로 3초 내에는 누구든 입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감지했고, 그렇게 나의 계획되지 않은 아무말 대잔치가 시작되었다.
대체 내가 무슨 말들을 했었을까. 사실 지금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나 확실한 것은.... ㅋㅋ 나의 영어에는 문법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여러 단어들의 나열이 있었을 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고보니 원어민 매니저님이 영어도 어느정도 할 줄 아는지 확인해야하니, 너무 도와주지 말라는 지령을 내렸었던 것이라고 한다.
좌충우돌 여러 기술적인 질문들이 오가고, 그리고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Why do you want to be Docker Captain?”
본능적으로 이게 마지막 질문이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말하고자 한 내용들이 오롯이 전달이 되었는지는 아직도 확신할 수 없지만…. ㅋㅋㅋㅋㅋㅋ
도커에 대한 나의 사랑을 보여줄 시간이구나 하는 생각에 도커에 관하여 고찰했던 블로그 글을 썻던 기억을 회고하며, 도커가 컨테이너 커뮤니티에 행사한 영향력과 기여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는데, 이게 한국 커뮤니티에 오해의 여지가 있게 전파되어 있는 점이 안타깝고 바로 알리고 싶다. 뭐 이런 이야기를 열심히 했던 기억이다.
그렇게 약 3일 뒤, 나는 캡틴 프로그램에 온것을 환영하는 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현재 근무중인 당근의 이름을 달고 도커 캡틴이 되었다!
(SRE @ Karrot) 이라고 써야하는데 뒤에 Engineer가 추가로 붙은게 ㅠㅠ 수정을 아직 안해준다.
다른 캡틴들 프로필들을 눌러보다보니, 부담스러운 타이틀이긴 하지만 기왕 된거 잘 활용해서 멋진 행보를 이어나가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