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근삼이

입원한지 5일이 되었다.
금식이 풀리고 처음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비쥬얼은 충격적이었다.
아무 맛도 안나는 흰죽
잘게 갈린 고기
건더기 하나 없는 국
그리고 얇게 썰린 오이
생선 한도막

평소였다면 손이나 대었을까 싶은 비주얼이었지만, 나는 이미 음식을 배에 허겁지겁 집어넣고 있었다.
겨우 이정도 식단에 굴복하고 그릇을 싹싹 비우다니 분했다.
나는 그동안 너무 풍족하게 살았던거다. ㅋㅋㅋ

위와 같은 식단으로 세끼를 하루종일 먹었는데, 분하게도 세끼를 다 싹싹 비웠다.

점점 몸이 빠르게 회복되어 가는게 느껴진다.

어제 오늘은 엄마랑 누나가 병문안을 다녀갔다.
엄마한테는 좀 상태가 호전되면 말하려고 했는데, 언제 또 인스타 쓰는 법을 알고 시작했는지 내가 스토리에 올린 사진 한장을 보고 입원한 사실을 알아채고 달려왔다.

하필 한참 아프고 정신없을 때 전화를 받아서인지 내 목소리가 들어줄만 했었나보다.
왜 이런걸 말을 안하냐고, 니가 고아새끼냐고 한참을 추궁당했다.
내가 이래서 일찍 말 안한거였어 엄마... ㅋㅋㅋ

그래도 엄마가 서울 올라와서 난리통에 어지렵혀졌던 집도 치워주시고 세면도구도 가져다주셔서 어제 샤워도 할 수 있었다.

이래저래 입원하고 5일이 지났는데, 이제 슬슬 몸도 좋아지는 것 같고 적응도 해서 이제 이것저것 챙기지 못하던 것들을 정리하고 있다.

적응해버리면 안되는데 아무래도 병원 체질인가 보다.
다음주 금요일까지는 꼼짝없이 입원해 있게 되었는데, 사실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병원 침상 등받이 조절되는게 개꿀이라 노트북 하는 것도 힘들지 않아서
오히려 24시간 케어받으며 호강하는 기분이라 뭔가 좋다.

이제 슬슬 병원비랑 이런것들을 정리해 봐야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