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근삼이

1월 6일.
지난번 퇴원 이후 정확히 2주만에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 후에 일주일쯤 되었을 때 먹었던 와인 한잔이 문제였을까?

갑자기 다시 복통이 심해지기 시작하더니, 이전 보다 훨씬 큰 통증과 혈변이 동반되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는 통증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검붉은 피만 주륵주륵 변기에 배출하다가 결국 응급실로 실려가게되었다.

너무 억울했다.
와인 한잔. 그거 말고는 너무나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희망으로 가득 차서, 열심히 건강을 챙기고 있었던 상황에 이렇게 다시 급격한 악화는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서울에 와서 처음으로 소리내어 울었다.
무슨 역경이 와도 그동안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좋아를 외치던 나였지만, 이번만큼은 잠시 무너졌었다.

입원하고 첫 4일간은 정말 절망적이었다.
스테로이드를 잔뜩 몸에 쏘아대었지만, 염증수치가 잡히지 않았다.
진통제를 계속해서 몸에 쏟아 부었지만 통증이 멈추지 않았고, 먹은것도 없는데 혈변에는 내 대장 조직이 섞여서 흘러나왔다.

교수가 와서 면역억제제 사용과 대장절제술 중에 선택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면역억제제를 쓰기 시작하면 의료보험도 적용이 안되지만, 무엇보다 암 발생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고 했다.
대장절제술은... 평생 장루를 달고 사는 선택지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 기적처럼 염증수치가 잡혔고, 나는 다시 회복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번 회복은 너무나도 더디다.

중간에 교수가 스테로이드 용량조절을 너무 급하게 내려서인지 스테로이드 감량 리바운드가 와서 몇번 더 고생을 했다.

지금 한달째 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번주는 설 연휴였는데, 나는 병원에서 시체처럼 누워있는것 밖에 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지속되는 복통과 두통 때문에 뭔가를 집중해서 하는 것도 힘들었다.
스테로이드 감량 부작용으로 식욕저하와 무기력증까지 함께 올때에는 정말 병실에 누워서 숨쉬는것도 고통스러웠다.
손가락을 움직여 유튜브를 여는것 조차 의욕이 없어서 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저번주 부터는 그래도 컨디션이 조금 돌아와서 원격으로 업무도 시작하고 이것저것 찾아볼 수도 있게되었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에 관한 해외 자료들과 논문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재밌는 논문을 발견했다.

SCI 저널에 등재된 논문이었는데, https://www.sciencedirect.com/journal/european-journal-of-integrative-medicine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다섯가지 패턴으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다른 한약 처방을 통해 유의미한 임상적 관해를 성공시킨 사례들에 관한 한의학 기반 논문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양방의학 논문에서 봤던 칼프로텍틴이라는 IDB 질환 환자의 염증 지표검사나 양방의학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검사 및 약제에 관한 내용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는 점이었고, 이에 흥미가 생겨 논문 저자들을 검색하던 중, 한 사람이 2007년부터 내가 앓고 있는 질병을 연구하고 SCI 저널에 등재된 논문도 여러건 쓴 한의사이고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의원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병원에서 더 입원치료를 해야한다고 했지만, 여러 의학 자료들을 살펴보다보니 담당 교수의 스테로이드 용량조절이 미숙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지금 내 치료가 더뎌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다보니 다른 병원에 입원을 하더라도 우선은 퇴원을 해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너무 힘들어 무기력감에 빠져있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장기 훼손없이 멀쩡히 살아있지 않은가!
반드시 방법을 찾아서 이 병을 정복해 볼것이다.

반응형